201124_나이트 / 오늘의 간호사
쓰리 나이트를 끝나고 잠 못 이루는 오프날 글을 꺼내어 쓴다.
나이트 출근 하고 인계를 듣던 날이었다.
오늘도 제발 평탄하길 바라며, 인계에 집중하던 날이었다.
치매 증상이 있는 환자는 며칠 째 우리를 괴롭혔고
콜벨을 부여잡고 있는 두 손이 오늘은 부디 제발 조용하기를 바랐던 날이었다.
그날따라 유달리 힘이 없었고, 행동 하나하나 느렸던 날이었다.
데이 하고 다음 나이트 날이긴 하였으나,
그날 제대로 쉬지 못하고 나이트 출근하기도 하였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오기도 하였다.
그렇게 인계 끝나고 트레이에 체온계, 주사기, 알코올 솜을 챙겨들고 라운딩을 돌기 시작한다.
인계 때 spo2 떨어지던 사람 f/u 하고, 라운딩 돌던 중
다음 날 퇴원하던 환자가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환자분은 이제 나에게 홀가분하듯이 "선생님 이제 나 못보겠네~"라며 이야기했었다.
나는 마스크를 쓰고 있어, 눈꼬리라도 웃는 것을 보여주며 환자분에게 이야기했다.
"축하드려요, 그동안 치료받는다고 고생 많으셨어요"
"선생님들이 고생했지 뭐, 아 잠시 있어봐라."
그렇게 말을 잇으시곤, 뒤를 돌아 주섬 거리시던 환자분
상두대에서 두리번거리시더니 종이가방에서 무엇을 꺼내셨다.
나는 돈봉투라도 되는 줄 알고 깜작 놀랬는데 알고 보니 제과점의 과자세트였다.
그러면서 겸연쩍어하면서 머리를 긁적이며 이야기하셨다.
"우리 딸이 이야기하더라, 돈 같은 거 주면 안 된다고. 그래서 먹을 것을 챙겨주면 그래도 받을 거라면서. 항상 힘없는 모습이 안타까웠어~"
"이런 거 안 주셔도 되는데..."
너무 깜짝 놀랬다, 무엇을 바라고 하는 간호가 아니었다.
그저 그냥 다니는 직장이었고, 할 일을 다했을 뿐.
사실 환자가 치료를 받고 퇴원할 때 느끼는 뿌듯함에 계속 간호사라는 일을 하고 있을 뿐.
"밥도 제대로 못 챙겨 먹고 일하는데, 우리 딸도 똑같이 느끼더라. 저 선생님이 제일 안타까웠다고, 그래서 나보고 대신 챙겨주라면서 주고 가더라고. 그러니까 꼭 받아줘~ 알겠지?" 하며 뒤를 돌아보시던 환자분.
그래서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잘 먹겠다고 인사를 드리곤 라운딩을 마저 돌고 간호사실로 들어왔다.
기분이 묘해지던 순간이었다.
내가 그렇게 평소에 힘들어 보였던 걸까, 환자분들이 그런 것을 느끼는 정도였다면
나는 별로 좋은 간호사가 아니었지 않았을까.
티를 안내는 간호사였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면서 과자세트를 들고 있는 내가 창피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간호하는 입장에서 밥 먹지 못하고, 화장실 가지 못하고 물먹지 못하면서 일하는 것.
사실 이제 익숙하다고 느끼는 것 때로 슬프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래도 느끼는 감정과 뿌듯함이 있기에 이 일을 계속하고 있지 않을까.
오늘도 모든 간호사들에게 응원과 감사함을 남기며.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오늘도 간호사, 오늘의 간호사, 2020년 11월 24일 나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