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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오늘의 간호사

201118_이브닝 / 오늘의 간호사

by 여나앙 2020.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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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아래 두고

잠이 겨우 들고, 일어난 하루였다.

 

욱신거리는 몸, 사실 출근이 너무 하기 싫었다.

일하기 싫었다. 

일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물론 있을 수도 있겠지만,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제 힘들게 일해서 그런지 너무 힘들었다.

지쳐가는 하루속에 먹지도,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는 치여가는 업무 속에

숨이 턱끝까지 달려오는 나에게 죽어라 달려오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하루가 밝아왔고, 오늘도 출근한 병원.

인계를 듣고, 정신이 없는 병원 생활.

 

원 액팅 날이었다. 어제는 차트, 오늘은 액팅.

죽어라 액팅뛰는데, 일이 점점 쌓여가고-

분명 능숙하게 액팅쳐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은 죽어라 쌓여간다. 

 

계속 신규 환자는 올라오고, 같이 오는 수술 환자.

동시 다발적으로 울리는 콜벨 소리에 같이 해야 하는 업무들.

시간 맞춰서 해야하는 업무들까지.

노이로제에 헥헥거리며 뛰어다니며 일한다.

 

환자들은 상황도 모른 채 저녁 약이 5분 정도 늦으면 늦는다고

콜벨이 여기저기서 불이 나기 시작한다.

환자 입장에서도 이해가 되기 때문에 가서 웃으면서 너스레 설명드린다.

 

환자 확인을 하고, 약을 드리며-

오늘은 움직이는 간호사가 한 명이기에 조금 늦다며

조금 늦더라도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다고 웃으며 응대한다.

 

환자들은 그제서야 그렇냐면서 조금이나마 이해해주시는 모습을 하며

늦더라도 이해하는 제스처를 보여주시곤 한다.

 

내가 헥헥 거리며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이자

어느 환자분은 밥도 못먹고 일하는 모습을 보고

빵과 사과를 쥐어주시기도 하고

어느 환자분은 과자를 주시고 먹고 일하라며 쥐어주시기도 한다.

 

어느 환자분은 약간 예민한 환자분이 있었다.

분위기가 단순간에 바뀌는 분이 있었고,

처음 치료 받으실때는 엄청 예민하셨던 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치료를 잘 받고 호전 추세에 잘 돌입하신 분이 있다.

 

그런 분이 오늘 나에게 주머니에 비타민 음료를 넣어주시더니 

먹고 힘내서 활기차게 힘내라고 응원해주시니 뭔가 마음이 찡해졌다.

나는 환자분에게 지쳐서 내일 출근 못할 것 같았는데,

2일 더 힘내서 와야겠다며 너스레로 답해드렸다.

그렇게 웃으면서 처치를 하고 나온 병실이었다.

 

발걸음은 이미 지칠대로 지쳤었고,

물 한모금 먹지 못해 말라가고 목도 말라 걸걸해졌지만 

뭔가 마음만은 따뜻해진 오늘 하루였다.

나와 같이 어디선가 땀을 흘리며 힘들어할 간호사분들에게 오늘도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오늘도 간호사, 오늘의 간호사, 2020년 11월 19일 이브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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